4인분 · 준비 30분 · 조리 50분
찬 바람이 불면 국물이 당깁니다. 소고기뭇국은 재료가 단출하지만 맛은 마리아나 해구보다 깊습니다. 무를 큼직하게 썰 것이냐 양념을 바로 국에 넣을 것이냐 등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소고기뭇국을 끓여 보겠습니다. 이미 여러번 끓여 먹어봤으니 맛은 증명되었다고 할 수있죠
재료
주재료
- 소고기 500g (국거리용)
- 무 반 통
- 손질한 대파 2줄기(마트에서 파는 손질된 대파를 사용했습니다.)
- 마늘 한 주먹 (다져서, 시중에 파는 다진 마늘보다 알마늘을 다져 넣는 것을 선호합니다.)
- 물 1.75L
양념
- 간장 1.5큰술
- 멸치액젓 1.5큰술
- 소금 1작은술
- 코인육수 2개
만드는 순서
1. 소고기를 찬물에 담가두기
찬물에 소고기를 담가둡니다. 20~30분이면 충분하고, 물이 붉게 변하면 한 번 갈아줍니다.
여기서 흔히 “핏물을 뺀다”고 하는데, 사실 그 붉은 액체는 피가 아닙니다.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로, 근육 안에서 산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산소와 만나면 선홍색을 띠고 산소가 부족하면 갈색으로 변합니다. 정육점 진열대의 고기가 붉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럼 왜 빼느냐. 구워 먹을 때는 이게 좋은 풍미가 되지만, 맑은 국으로 끓이면 철분 특유의 텁텁한 냄새로 남습니다. 국물을 깔끔하게 내려면 미리 빼두는 편이 낫습니다.
찬물을 쓰는 이유는 육즙 때문이 아니라 위생 때문입니다. 물 온도가 올라가면 미생물이 번식합니다. 그리고 오래 담글수록 좋은 것도 아닙니다. 지나치게 오래 두면 맛까지 함께 빠져나갑니다.
2. 무와 고기를 함께 끓이기
무를 큼직하게 썹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두께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큼직하게”가 핵심입니다. 30분을 끓일 예정인데 처음부터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썰면 형체가 남지 않습니다. 국물에 녹아버려서 국이 아니라 뿌옇게 됩니다.
물 1.75L에 코인육수 2개를 넣고, 썬 무와 물에 담가둔 소고기를 함께 올려 끓입니다.
3. 30분 끓이고 건져서 썰기
30분가량 끓인 뒤 고기와 무를 건져냅니다. 고기와 무 모두 먹기 좋은 크기로 썹니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이 과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큽니다. 처음부터 작게 썰어 끓이면 고기는 오그라들고 무는 부서집니다. 덩어리째 익힌 뒤 썰면 무는 모양이 살아 있고 고기도 단면이 깔끔합니다. (먹어보니 맛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고기 써는 방향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면, 결을 가로질러 썰면 근섬유가 짧게 끊겨 부드럽게 씹힙니다. 반대로 결을 따라 찢으면 육개장처럼 결이 살아 있는 식감이 납니다. 다만 30분 이상 푹 끓인 고기는 이미 조직이 많이 풀려 있어서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취향대로 하시면 됩니다.
4. 양념에 버무려 다시 끓이기
썰어둔 고기와 무에 대파, 다진 마늘, 간장, 멸치액젓, 소금을 넣고 손으로 버무립니다. 이걸 아까 그 육수에 다시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완성입니다.
양념을 국물에 바로 붓지 않고 재료에 먼저 버무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물에 풀면 간은 맞아도 고기와 무 자체는 밍밍한 채로 남습니다. 버무려 넣으면 재료에 간이 배어 건더기만 먹어도 맛이 있습니다. (버무려서 다시 넣으면 더 맛있어 보입니다. 기분 탓도 한몫합니다.)
겨울무가 더 단 이유
같은 레시피인데 겨울에 끓이면 국물이 확실히 답니다. 설탕을 넣은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무 자체가 달라져서입니다.
무 같은 뿌리채소는 자라는 동안 에너지를 전분 형태로 저장해둡니다. 그러다 기온이 떨어지면 이 전분을 당으로 바꾸기 시작합니다. 당이 세포 안에서 부동액 역할을 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반응인데, 이런 이유에서 먹을 때는 단맛이 많이 나게 되죠
대략 5℃ 아래로 떨어질 때부터 시작되고, 첫서리를 맞은 뒤 수확한 무는 여름에 딴 것보다 확실히 답니다. 매운맛과 쓴맛도 함께 줄어듭니다. 여름무로 국을 끓이면 국물이 텁텁하게 느껴지는 게 이 때문입니다. (어쨋든 여름무도 맛 있긴합니다!)
정리
- 붉은 물은 피가 아니라 미오글로빈. 국물 요리에서는 빼는 게 깔끔합니다.
- 찬물을 쓰는 이유는 위생. 20~30분이면 충분합니다.
- 양념은 국물에 풀지 말고 재료에 버무려서 넣습니다.
- 겨울무를 쓰면 달고 깊은맛이 납니다.